원고 단어 검사 프로그램 개발 사례: 출판사 용어 통일
우리비엔씨는 2012년 초, 의학 분야 전문 출판사 편집자의 의뢰로 한글(HWP) 원고에서 같은 단어의 서로 다른 띄어쓰기와 구용어를 찾아 주는 원고 단어 검사 프로그램을 C#으로 개발했습니다. 800쪽 원고의 용어 검색에만 2주 넘게 걸리던 작업을, 단어를 입력하면 원고 전체에서 띄어쓰기 변형별 개수를 한 번에 보여 주는 방식으로 바꾼 사례입니다. 의뢰인이 보내온 업무 설명과 최종 개발 범위를 나란히 놓고, 지금 다시 만든다면 AI를 어디에 붙일 수 있을지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덩어리 3개짜리 용어 하나가 원고 안에서 네 가지 모습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도식)
의뢰인이 보내온 업무 설명
의뢰인은 40년 넘게 한 분야만 다뤄 온 전문 출판사의 편집자였습니다. 하는 일은 저자들의 원고를 다듬어 Quark이나 InDesign으로 본문을 앉히는 편집디자이너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이 출판사에는 저자가 여럿인 공동 집필 도서가 많아서, 많게는 한 권에 107명이 참여합니다. 저자마다 같은 용어를 다르게 띄어 쓰고, 이미 바뀐 구용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뢰인이 보내온 설명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800페이지 원고에서 용어 검색에만 기본적으로 2주 이상 소요됩니다.” 한글의 ‘찾기’로 단어 하나를 검색할 때마다 이미 읽은 부분을 다시 훑어야 했고, 그러다 보면 지나치는 단어도 생겼습니다. 마감을 맞추려면 야근과 휴일 근무가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예산이 아니라 개인 비용을 들여 의뢰했다는 이야기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그만큼 절실한 의뢰였습니다.
편집자의 원고 작업 6단계
| 단계 | 하는 일 |
|---|---|
| 1. 원고 접수 | 저자별 원고를 한글 또는 MS워드 파일로 받음 |
| 2. 원고 합치기 | 모든 원고를 한글 파일 하나로 모음. 워드 원고는 메모장을 거쳐 옮기는데, 이때 약물 기호·첨자·이탤릭이 자주 깨짐 |
| 3. 교정·교열, 목차 체계 | 1. → 가. → 1) → 가) → (1) → (가) → (i) 순서로 최대 7단계 제목 체계를 맞춤 |
| 4. 그림·표 배치 | 그림·표 번호를 매기고, 디자이너가 알아보도록 본문에 빨간 글씨로 위치와 제목을 표시 |
| 5. 용어 통일 | 띄어쓰기가 다른 같은 단어를 눈과 ‘찾기’로 찾아 엑셀에 정리 → 저자에게 통일 요청 → 다시 찾아 바꾸기 |
| 6. 최종 확인 | 목차 체계, 그림·표 번호와 위치를 확인한 뒤 편집디자이너에게 전달 |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곳은 5단계였습니다. 프로그램이 맡을 일도 여기로 정해졌습니다.
문제의 핵심: 둘 다 맞는 띄어쓰기
의뢰인이 든 예는 이렇습니다.
| 구분 | 원고에 섞여 나오는 표기 |
|---|---|
| 두 단어 | 임상마취 / 임상 마취 |
| 세 단어 | 고도비만환자 / 고도 비만 환자 / 고도비만 환자 / 고도 비만환자 |
| 네 단어 | 타액분비억제효과 / 타액 분비 억제 효과 등 |
전문 용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됩니다. 그래서 맞춤법 검사기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둘 다 맞는 표기이지만, 한 권의 책 안에서는 한 가지로 통일해야 합니다. 덩어리가 하나 늘 때마다 가능한 표기가 2배로 늘어나니, 사람이 ‘찾기’로 모든 조합을 검색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의뢰인은 현장 경험에서 나온 중요한 힌트도 줬습니다. “세 단어와 네 단어는 두 단어에서 파생하는 경우가 95% 이상입니다. 두 단어를 통일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이 한 문장 덕분에 검사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졌습니다.
의뢰인이 원한 것과 최종 개발 범위
의뢰인의 요청은 구체적이었습니다. 버튼 하나로 원고 전체를 자동 검사하는 기능, 마우스로 단어를 드래그한 뒤 키를 눌러 지정하는 수동 기능, 저자와 합의한 표기로 한꺼번에 바꾸는 기능까지 그려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뢰인과 최종 범위를 정리했습니다.
| 의뢰인의 요청 | 최종 합의한 개발 범위 |
|---|---|
| 버튼을 누르면 띄어쓰기가 다른 같은 단어를 자동으로 찾아 엑셀에 개수와 함께 표시 | 사용자가 입력한 단어를 기준으로 원고에서 띄어쓰기 유형별로 찾아 개수 표시. 하나씩 입력하거나 여러 개를 모아 일괄 검색 |
| 이미 검사한 단어는 색이나 밑줄로 표시해 다시 지정하지 못하게 | 검색한 단어를 원고별로 검색 일시와 함께 기억. 다시 검색하면 경고창, 입력할 때 자동완성으로 미리 보여 주기, 기억한 단어 삭제 |
| 붙여 쓴 예와 띄어 쓴 예를 정렬된 목록으로 만들어 저자에게 전달 | 검색 결과를 그리드로 보여 주고 엑셀로 전환 |
| 신용어로 바뀐 단어를 구용어로 쓰면 찾아내기 | 별도 창에서 신·구용어 목록을 계속 등록하고, 검색할 때 함께 반영 |
| (여러 도서를 동시에 진행) | 원고 목록 등록·수정·삭제. 원고 파일 단위로 작업을 이어서 진행 |
범위를 정리하며 따로 짚어 둔 고민은 검색할 단어를 어떻게 입력받을까였습니다. “우리나라만세”처럼 붙여서 입력받을지, “우리 나라 만세”처럼 끊을 자리를 띄워서 입력받을지에 따라 검색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완성된 프로그램에서는 “대한 민국”처럼 띄어 쓴 단어를 입력하면 “대한 민국”과 “대한민국”을 원고에서 모두 찾아 각각 몇 번 나왔는지 목록으로 보여 줍니다.
완성된 프로그램이 바꾼 작업 흐름

용어 통일 작업의 전과 후 (도식)
- 원고를 프로그램 안에서 열람 – 원고를 워드프로세서처럼 띄워 놓고 읽으면서 검색하므로 한글이나 워드를 따로 열어 둘 필요가 없습니다.
- 변형별 개수 목록 – 입력한 단어의 띄어쓰기 유형마다 몇 번 나왔는지 바로 보입니다.
- 중복 검사 방지 – 이미 검색한 단어는 별도 목록으로 관리하고, 다시 검색하면 메시지로 알려 줍니다.
- 여러 원고를 이어서 – 원고를 여러 개 등록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이어서 작업합니다.
- 엑셀 저장과 인쇄 – 결과를 엑셀로 저장하거나 바로 인쇄해 저자에게 보냅니다.
- 구용어 검사 – 등록한 신·구용어 목록을 기준으로 원고에 구용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지금 다시 만든다면: AI를 붙일 수 있는 곳
2012년의 이 프로그램은 사람이 검사할 단어를 입력하는 방식이었고, AI는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같은 의뢰를 받는다면, 의뢰인이 처음 원했던 “버튼 하나로 자동 탐지”에 훨씬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 작업 | 2012년 방식 | AI를 붙인다면 |
|---|---|---|
| 검사할 단어 고르기 | 편집자가 의심되는 단어를 직접 입력 | 원고 전체에서 띄어쓰기만 다른 단어 쌍을 AI가 먼저 후보로 제시 |
| 구용어 찾기 | 등록한 신·구용어 목록과 비교 | 목록 비교는 그대로 두고, 목록에 없지만 구용어로 의심되는 말을 ‘확인 필요’로 표시 |
| 워드 원고 합치기 | 메모장을 거쳐 옮기다 약물 기호·첨자가 깨짐 | 파일을 직접 읽어 변환한 뒤, 깨졌을 가능성이 있는 기호를 따로 모아 보여 줌 |
| 통일안 적용 | 엑셀로 정리한 뒤 한글의 찾기·바꾸기로 반영 | 저자가 확정한 표기로 일괄 적용하고 몇 곳을 바꿨는지 기록 |

지금 다시 만든다면 이렇게 구성하겠다는 구상도입니다. 2012년 프로그램에는 AI를 쓰지 않았습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AI는 후보를 찾고, 결정은 사람이 합니다. 107명의 저자가 합의해야 하는 표기를 AI가 혼자 정하게 둘 수는 없습니다. 편집자가 검토할 후보를 빠짐없이 모아 주는 데까지가 AI의 몫입니다. AI를 실무에 붙일 때의 감각은 AI로 SQL 작성하는 실전 팁에서도 같은 원칙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맞춤법 검사기로는 안 되나요?
맞춤법 검사기는 규칙에 맞는지 틀리는지를 봅니다. 그런데 “임상 마취”와 “임상마취”처럼 전문 용어는 띄어 써도, 붙여 써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찾는 것은 틀린 표기가 아니라 한 책 안에서 통일되지 않은 표기입니다.
Q. 한글(HWP) 말고 워드 원고도 검사할 수 있나요?
당시 개발 범위는 HWP와 DOC 원고였고, HWP 파일은 불러와서 내부적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검사했습니다. 다른 형식의 원고도 파일에서 텍스트를 뽑아내는 방법만 정하면 같은 방식으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Q. 출판사가 아니라 개인도 의뢰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이 프로젝트도 편집자 개인의 의뢰였습니다. 상담은 대표 개발자가 직접 진행하며, 지금 하는 작업 순서를 이 의뢰인처럼 적어 주시면 범위를 훨씬 빨리 잡을 수 있습니다.
Q. 우리 출판사만의 용어집을 넣을 수 있나요?
네. 신·구용어처럼 기준이 되는 단어 목록은 사용자가 화면에서 계속 등록하고 고칠 수 있게 만듭니다. 용어집이 엑셀로 정리되어 있다면 처음에 한 번에 불러오는 기능도 붙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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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우리비엔씨 대표 이완종 (KOSA 특급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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